상세 정보
매너는 흠잡을 데 없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달까. 갑자기 헤테로 시티 이상 관리국 본부 수용팀으로 발령받은 신쿠가 동료들에게 준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신쿠는 「생활 상식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수용팀의 한 스타 직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과 의도적으로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유지했다.
일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쿠는 신상품 시즌이 되면 인파가 몰리는 DSD에 나타나 최신 블라인드 박스 구매 대기줄을 서기도 하고, 수많은 이목이 쏠리는 이상 트레이딩 카드 결승전에 나타나 옆자리에 앉은 동호인과 자신의 컬렉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인파가 흩어질 때면 뒷모습을 보이고 홀로 집으로 향했다. 신쿠는 번화한 대도시에 살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인 적은 없었다.
그 때문에 비난과 오해를 사기도 했으나, 신쿠는 이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굳게 믿었다. 폭우가 내렸던 그날 밤 이후, 신쿠는 혼자인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때 신쿠는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밤을 계기로 자신이 타고난 힘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고,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헤테로 시티를 떠나 지부에 있는 수용9팀에서 스승에게 일을 배울 무렵, 신쿠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답이 없는 질문을 마음에서 몰아내고,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모두와 거리를 두는 것.
그렇게 결심을 굳힌 어린 용은 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신쿠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 노력했고, 선배들의 도움 속에서 당당히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것을 넘어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혼자 움직였기 때문에 설령 폭주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다 스승에게서 전근 명령서를 받고, 자신이 비가 내렸던 그 밤을 정말로 극복했는지 시험할 계기를 맞았다.
과거라는 이름의 영리한 사냥꾼은, 사냥감이 가장 방심한 순간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법이다.
하지만 성장 중인 용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나약한 사냥감이 아니다.
양옆이 뚫린 안전모
반응 속도와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려주는 이능력 덕에 신쿠는 이상 관리국에 들어간 초기부터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어력 부족으로 인한 폭주는 여전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이 벌여 놓은 난장판을 보며 풀이 죽어 있는 신쿠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지만, 행동파인 신쿠는 자신이 할 일을 금방 찾아냈다. 재건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아 안전 요원에게 세 번이나 쫓겨난 뒤, 신쿠는 양쪽에 구멍을 뚫어 자신의 뿔이 통과할 수 있는 안전모를 직접 만들었다.
「… 그러니까, 굳이 공사 현장에 가서 일을 돕겠다는 거야?」
「응.」
「…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그 안전모를 쓰고?」
「현장 규정이 그래. 안 쓰면 못 들어가.」
다행인 점은, 이 안전모를 쓸 일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수용9팀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무례한 꼬마라고 부르더니, 나중에는 외근을 나갈 때마다 신이 나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이러 데려가던 탐파스. 그녀가 폭주한 뒤 방에 틀어박혀 자책하고 있을 때 일부러 찾아와 장난을 걸어주던 레이. 훈련할 때는 늘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실수하면 가차 없이 혼을 내면서도, 임무 중에는 늘 그녀 앞에서 지켜주던 선배. 별말을 하진 않지만 늘 그녀의 생일을 기억해 주던 스승. 그들이 없었다면, 신쿠는 영원히 방에 숨어 자책만 하며 지냈을 것이다.
그들의 배려와 도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신쿠가 떠올릴 수 있는 답은,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스승의 눈에 비치는 걱정은 분명 자신이 아직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하고,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룡의 보물」
홀로 해변을 걸으며 발에 걸리는 돌멩이를 툭툭 걷어찼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데도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억척스럽게 참아냈다.
「까짓 케이크 하나 가지고. 하나도 안 부럽거든!」
아니, 그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밤이면 머리의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지면서, 학교에서 후회할 말을 내뱉는 일이 많아졌다. 진심은 절대 그게 아닌데, 정신을 차려 보면 늘 친구들을 화나게 하거나 울려 놓기 일쑤였다.
이러는 게 너무 싫었다.
사실 친구들과 다 함께 피구도 하고 싶었고, 같이 축제 공연 준비도 하고 싶었고, 친구 생일 파티에 가서 함께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촛불도 끄고, 케이크도 나눠 먹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늘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신쿠!」
「찾았다.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내가 뭘 찾았는지 볼래? 짜잔! 여기랑 여기, 지금 눈물 콧물 질질 짜고 있는 누구랑 닮지 않았어?」
「… 안 닮았거든.」
「똑같잖아! 자.」
「…?」
「동화 속 악룡은 다 자기만의 보물이 있잖아? 싸우기 좋아하는 그 악룡한테도 보물이 있어야지! 앞으로 친구랑 싸울 때마다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씩 모아봐. 그러다 언젠가 네가 그 악룡을 물리치게 되면, 보물을 모두와 함께 나누는 거야!」
그렇게 울상 짓는 얼굴과 닮은 조개껍데기를 시작으로, 신쿠의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
수용2팀
수용2팀으로 발령받은 후, 어쩔 수 없이 친해져야만 했던 새로운 두 동료는 바뀐 환경보다 더 큰 도전이었다.
민트는 신쿠가 거리를 두기 위해 써먹던 모든 방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인이었다. 차가운 표정을 지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도 언제나 한 귀로 흘려들으며 계속 다가왔다. 표정이 왜 그래? 왜 기분이 안 좋을까, 누가 우리 용용이 화나게 했구나! 아니면 테스트를 망쳤어? 바쁘다고? 그래, 그럼 시간을 다시 잡자. 내일 퇴근 후는 어때? 이런 식이었다.
예의가 뭔지 모르는 것처럼 자기가 내킬 때마다 달라붙는 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신쿠는 싫지 않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리고 또 한 명…
오그네스 일로이. 신쿠는 일로이와 첫 번째 합동 임무를 마친 후 자기가 왜 수용2팀으로 발령됐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양은 자신의 폭주를 진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팀원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신쿠는 민트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쉽게 일로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로이가 진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로이는 뭔가 숨기고 있었다.
신쿠 자신과 너무 똑같았다.
그치지 않는 비
신쿠는 아직도 간혹 비가 내리던 그 밤을 떠올리곤 한다.
뒤집힌 세상, 물웅덩이에서 튀어나온 검은 양복 차림의 인영,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고 외치던 친구의 목소리. 그 이후의 기억은 온통 혼돈뿐이다. 신쿠는 이상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으나 이어진 폭주는 적지 않은 파괴를 초래했고,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친구마저 그 여파에 휘말리고 말았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평생 후회만 하는 것보다 지금 이 결과가 훨씬 나아.」
지금까지도 그날 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신쿠는 당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능력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비 갠 뒤 맑음
「그럼 난 먼저 집에 갈게~」
「차차, 잘 가! 용용이가 먼저 우리한테 같이 놀자고 할 줄은 몰랐네. 다음에도 꼭 불러줘. 안녕!」
이런 자리가 아직 많이 서툴지만, 다들 즐겁게 논 거겠지? 신쿠는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어렵게 찾아낸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선뜻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민트가 하자고 한 게임을 끝낸 뒤에 굳게 마음먹은 일인데, 난 왜 또 망설이고 있는 거지?
친구를 지키려다 오히려 다치게 하고, 친구가 자신을 싫어하게 됐으리라 단정하며 멀리 도망쳤었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해 왔는데…
자신은 그런 겁쟁이가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되었다.
신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제야 그 질문을 떠올린 듯 신쿠의 호흡이 긴장으로 거칠어졌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낯설고도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쿠는 숨을 죽였다.
괜찮아, 우리는 친구니까.
「… 여보세요? 음, 나야.」
「나 돌아왔어.」
그 비 내리는 밤에 줄곧 갇혀 있던 소녀는 마침내 눈부신 햇살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