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인간과 이상, 그 밖의 만물은 모두 유일하고 대체할 수 없는 실제적 존재감, 다시 말해 「감지되는」 경향을 지닌다. 마치 화려한 색을 흩뿌리며 나는 새 떼, 향기를 퍼뜨리는 꽃, 노래하는 고래처럼… 하지만 그 너머에는 우리의 본질에 더욱 가깝고, 한층 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바깥으로 퍼지고 확산되며, 가장 치밀한 장벽과 가장 공허한 진공마저 뛰어넘어, 우주를 향해 우리의 존재와 유일함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마치… 주파수가 서로 다른 '전파' 같아.」
링코가 이능력 정보를 등록할 때, 그녀와 접촉한 기록원은 거의 모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소녀의 설명은 그 어떤 측정기와 이론으로도 증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록원들은 느낄 수 있었다. 몇몇 순간만큼은 마치 누군가 자신을 듣고, 공유한다는 것을. 그것은 마치 같은 주파수끼리 공진하는 느낌 같았다… 소녀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듯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자, 기록원들은 비로소 믿음직한 어른의 가면을 허겁지겁 고쳐 썼다.
「일이 힘드시죠… 도망치는 건 안 되나요?」
「크, 크흠! 안 됩니다.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없고요. 다음 질문은…」
처음 이능력을 각성했을 때, 링코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전파를 수신해 멍하니 굳어버리곤 했다. 심지어 무의식 중에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 노이즈를 밖으로 내보내, 주변 기기와 사람들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상 관리국은 그녀를 위해 노이즈를 차단하고 집중에 도움이 되는 헤드셋을 맞춤 제작했다. 그 나이대에게는 다소 칙칙해 보이는 디자인이었지만, 링코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이능력을 각성한 뒤로 링코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는 왜 그걸 좋아하고 가까이하는지 더욱 알 수 없게 되었고, 그 탓에 사람들과 섞이기도 한층 힘들어졌다. 하지만 혼자 다니는 데 익숙한 링코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차례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한 번의 용기 덕분에 그녀에게 새로운 직책이 부여되었다. 음울하고 말수가 적은 E.T.D 6팀 대장과 맞선 끝에, 링코는 오디티 「사다」의 보증인이 되는 것을 허가받았고, 파격적으로 6팀의 최연소 대원으로 채용되었다. 그리고 Exe의 판단은 정확했다. 링코의 이능력은 6팀이 이상 관련 범죄자를 체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파의 인도 덕분이었는지, 우주의 가호 덕분이었는지, 그녀의 기묘한 직감과 행운은 대형 사건에서 난관을 타개하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E.T.D에 들어온 지 1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 방식에 조마조마한다.
「… 저기, 링코. 우리 본대에서 너무 멀어진 거 아니야?」
「걱정 마. 본대가 길을 잃은 거야. 내 직감을 믿어!」
헤테로 러브 스토리
「아빠랑 엄마는 둘 다 이능력자세요.」
링코가 처음 가족 이야기를 꺼냈을 때, 관리국 파일 담당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미 조사한 바로는 그녀의 부모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헤테로에서는 이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링코가 「아빠의 이능력은 꼼짝도 하지 않고 영화 열몇 편을 연달아 보는 것」이고 「엄마의 이능력은 길거리 수십 곳을 쉼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모두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 신기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링코의 어머니는 도시 탐험 블로거로, 지칠 줄 모르는 행동파였으며 유령, 도시 전설, ufo, 외계인을 비롯한 온갖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었다. 매일 커뮤니티에서 관련된 게시물을 찾아다녔고, 일단 「진짜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찾으러 나섰다… 물론 덜렁대는 성격 탓에 대부분 그럴듯하기만 한 게시물에 속아 허탕을 쳤지만, 그래도 결코 낙담하지 않았다. 마침내 어느 날, 조작되지 않은 진짜 심령 스팟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상 공간으로 떨어지는데, 그곳에서 또 다른 불운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컬트 영화에 심취해 있고, 창작의 벽에 부딪혀서 며칠 동안 틀어박혀 연구하다가, 마침내 이곳을 신작 촬영지로 고른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진작가였다.
그렇게 지극히 헤테로다운 러브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전혀 맞지 않는 성격의 두 젊은이는 이상 공간에서 만나 처음에는 서로를 못마땅해했지만, 이내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위험한 심연에서 벗어나고는 자주 상대를 떠올리게 되었다. 결국 다음에 우연히 마주치자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다. 링코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서 여러 차례 들었다. 서로의 이야기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지금까지도 깨가 쏟아진다는 점만은 변함이 없다.
링코가 태어난 뒤, 초보 부모가 된 헤테로의 두 젊은이는 딸에게 온 사랑을 쏟아부었고, 링코도 그들의 특징을 물려받았다. 딸이 처음 쪽쪽이를 문 채 침실로 기어 들어오자, 아빠는 자신이 정성껏 편집한 전체 관람가 버전의 오컬트 영화를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덕분에 링코는 젖병을 물던 나이에 아빠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공포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딸이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는 엄마가 링코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걷는 연습을 시켰지만, 길가의 처음 보는 가게에 이끌려 어느새 온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듣기만 해도 기묘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지만, 부모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링코의 얼굴엔 두 사람과 꼭 닮은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어찌 되었든, 어린 링코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첫 교신
링코의 이능력 각성은 일곱 살 때였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저녁, 엄마는 링코를 데리고 슈퍼마켓을 둘러보며 명절에 먹을 간식과 인테리어 소품을 사고 있었다. 링코는 말과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엄마를 따라가다가, 길가의 어떤 특이한 가게에 시선을 빼앗겼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모든 소리마저 사라져 있었다. 앞뒤로 펼쳐진 것은 아무도 없이 텅 빈 매장뿐이었다. 어린 그녀는 이상 공간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고, 그저 이 기묘한 미로에서 벗어나 엄마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공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링코는 가냘픈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고 울먹였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지친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고 거의 본능만으로 마음속에서 빌었다…
「아빠랑 엄마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
그 소원에 응답하듯 순식간에 아득히 먼 앞쪽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소란스러운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텅 빈 매장을 가득 채운 소리는 마침내 소용돌이처럼 한데 압축되어 그녀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당혹감, 경계심, 의심, 걱정, 외로움, 사이렌, 개 짖는 소리, 노랫소리, 숨소리… 그리고 엄마.
어리고 지친 몸이 본능에 이끌려 다시 일어났다.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실 사이에서 링코는 가장 따뜻하고 익숙한 한 가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가까이.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더 많은 소리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만, 링코는 그저 계속해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링코는 자신이 대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물범벅이 된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옆에 있던 제복 차림의 낯선 사람 몇 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훗날 링코는 자신이 이상 공간에 휘말린 뒤 이상 관리국 수용팀이 투입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수색대가 이상 공간의 출구를 막 확인했을 때,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갑자기 혼란스러운 잡음을 들었고 전자 통신 장비가 한때 먹통이 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일부는 매장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거나,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돌발 상황은 구조 작업을 심각하게 방해했다. 당국은 이능력자의 소행까지 의심해 E.T.D를 투입해 조사할 준비를 했지만, 곧이어 링코가 스스로 이상 공간의 출구로 걸어 나왔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링코는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사람들을 괴롭히던 잡음과 혼란도 함께 멈췄고, 현장에 있던 이상 관리국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보고합니다. 고립됐던 시민은 무사히 탈출했으며 이능력자로 추정됩니다. 대상 이상은… 제거를 확인했습니다.」
친구
처음에 링코는 「친구」를 너무나도 사귀고 싶어 했다.
새벽의 비둘기 떼, 한밤의 유성, 강가의 물새, 해변의 조개껍데기, 엄마가 발견한 재미있는 가게, 아빠가 추천한 신작 게임, 그리고 형형색색의 끝없는 세계 곳곳에서 작은 머릿속으로 이어져 온 온갖 전파… 링코는 그 모든 것을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는 늘 혼자였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링코는 또래보다 포용력과 호기심이 강했다. 이상이나 곤충, 오컬트나 도시 전설이든 간에 상관없이 링코는 무엇에나 호기심을 보였다. 이능력이 각성한 뒤에는 전파 때문에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비범해졌다. 하지만 도리어 이 때문에 링코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고, 학교 단체 활동에 참여해도 그저 조용히 구석에 머무를 뿐이었다.
「모두 자기만의 채널이 있어. 만약에 내가 먼저 동기화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능력 각성 후, 링코는 다른 사람의 전파를 수신하고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들여 상대와 주파수를 맞추면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대의 감정을 계속 살피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흡족할 만한 행동을 차츰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링코는 생각했다.
그렇게 외로운 소녀는 또래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조금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보였다. 마침내 링코는 그토록 바라던 「친구」를 찾았다. 무리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적어도 엇갈리기 전까지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엇갈림
인간과 이상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이상이 느끼는 바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무료함에 지친 아이들이 풀밭 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몽글몽글」을 발견했다. 우두머리 아이가 문득 변신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자 다른 아이들도 잇달아 맞장구쳤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은 점차 괴롭힘으로 변했다. 인간과 이상 사이에는 장벽이 존재했고, 어린 인간이 이상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링코는 그저 침묵한 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 몽글몽글의 전파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처음의 서러움과 당혹감은 점차 분노로 변해 갔다.
「그… 그만해! 지금 얘가… 많이 슬프대. 그리고 계속 이러면, 위험해질 거야…」
링코가 처음으로 「친구」에게 목소리 높여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느껴진 전파도, 들려온 목소리도 모두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상 하나 갖고 착한 척하긴…」
「쟤 생각은 그렇게 신경 쓰면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도 없니?」
「분위기 다 망쳤잖아…」
링코의 마음에는 서러움보다 실망이 더 컸다. 링코와 몽글몽글은 풀밭에 남아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상식이나 편견에 갇힌 사람들은 정말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까? 정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무리에 섞이는 것」 자체가 허상일지도 몰랐다. 상식이나 편견에 갇힌 사람들은 진정으로 동기화될 수 없었고, 무리에 섞이기 위한 노력은 결국 아무 소용없는 교착 상태로 향할 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주파수에서 살아가.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할 전파를 우주로 보내면서 말이야.」
그날 저녁, 링코는 이렇게 일기장에 적었다.
인간과 인간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이 느끼는 바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저 밤하늘의 별처럼, 바다 위의 외로운 섬처럼, 진공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만 볼 뿐인 것이다…
링코는 더 이상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았다.
다마치 마스터
열 살이던 그 해, 링코는 전파를 따라 혼자서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길에서 처음 보는 전파를 느끼고, 전파의 방향을 따라 탐색하는 것은 그녀만의 즐거운 모험이었다. 모험의 결말은 보통 희한하고 자잘한 소품을 발견하는 것에 그칠 뿐이고, 가끔은 위험한 이상을 마주치기도 했지만, 링코는 여전히 모험을 즐겼다.
열 살의 어느 날 오후, 링코는 한 따스한 전파를 느꼈다. 마음을 울릴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 전파였다. 링코는 방향을 따라 찾아 나섰다. 골목을 지나고 몇 번의 모퉁이를 돌아간 끝에, 그녀는 전파가 이끄는 대로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작디작은 링코에게 굵은 나무줄기는 너무나 컸다. 절반쯤 오르자 링코는 힘이 빠져 오도 가도 못한 채 몸을 웅크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때 더 높은 나뭇가지에서 클레멘트 아카데미 제복을 입은 소녀가 뛰어내렸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나무를 탈 생각을 한 거야」라고 말하며 링코를 나무 아래로 데려갔다.
「이거 볼래? 나 다마치GO를 하고 있었어. 나무 위에서 희귀 다마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너만 하나 잡았네! 내 컬렉션 도감 보여줄게…」
「어?! 정말 희귀 다마치가 있잖아! 넌 다마치계의 천재 가이드가 틀림없어!」
햇볕에 데워진 해바라기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전파가 맞은편에서 전해졌다. 링코도 덩달아 기뻐졌다.
그 뒤로 링코는 언니를 따라 도시 곳곳을 자주 탐험했고, 자기만의 다마치 도감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직감으로 다마치를 찾다 보니 적지 않은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마치를 찾아다니는 여정에는 즐거운 일이 더 많았다. 다만 링코의 도감은 좀처럼 언니의 도감을 따라잡지 못했다.
두 해가 지나고, 공부로 바빠진 언니는 아끼던 게임기와 손으로 쓴 공략 노트를 모두 링코에게 건넸다. 자신의 몫까지 다마치 도감을 이어받아 다마치 마스터가 되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링코는 헤테로 최고의 가이드야. 너를 믿어. 네가 향하는 방향이 맞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언니는 링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후에도 링코는 계속해서 도시를 탐험했고,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다마치를 잡았다. 여전히 자주 길을 잃었지만 결국엔 늘 방향을 찾아냈다. 새로운 다마치를 잡을 때마다 자신의 도감과 언니의 도감을 대조해 보았지만, 모두 언니가 이미 잡아본 다마치였다. 그래도 링코는 낙심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의 도감이 언니의 도감을 넘어설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계속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뒤로 다마치를 잡을 때마다, 링코는 두 번 다시 그 따뜻하고 생명력 넘치는 전파를 느끼지 못했다.
「전파는 언니에게서 나오던 거였구나…」 링코는 뒤늦게 깨달았다.
악령과의 기묘한 만남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링코는 곧잘 온갖 기묘한 전파에 이끌려 헤테로를 헤집고 다녔다. 어느 날, 링코는 한 빌딩의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얼떨결에 이상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은 사방의 벽이 낡은 TV로 뒤덮인 방이었고, 화면 대부분이 망가져 켜지지 않았다. 링코는 따뜻하지만 희미한 전파를 좇아, 쓰레기처럼 쌓인 낡은 TV 더미 속에서 아주 작은 TV 한 대를 발견했다.
직감에 이끌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지직거리는 화면이 깜빡였고, 갑자기 작은 유령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워어!! 이 재수없는 꼬마가, 감히 이 악령님의 휴식을 방해하다니! 그 대가로 넌 오늘부터 이 악령님의 부하다! 케케케~ 우읍!」
공포물을 숱하게 접한 링코는 놀라기는커녕, 길고양이를 붙잡듯 작은 유령을 번쩍 안아 들었다.
「무사했구나. 아까 네 전파가 거의 사라지려고 했어.」
「앙? 전파? 사라져?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냥 TV 안에서 잠깐 졸았을 뿐이라고!」
「TV 안에 산다고…? 다마치도 모니터 안에 사는데. 그러면 너랑 다마치는 비슷한… 아! 그러니까 너도 디지털 펫이구나!」
「뭐? 그건 또 뭔데? 방금 누구더러 펫이래?! 이 악령님을 얕보다가는 우으읍!」
「응, 앞으로 너를 사다라고 부를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화 끝에 링코는 유령 사다를 데리고 나왔다… 사다의 TV도 함께 말이다.
그러나 둘이 이상 공간을 빠져나오자, 이상 관리국 제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구에서 삼엄한 태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링코는 알지 못했지만, 사다는 오래전부터 사무실 빌딩에 출몰하던 이상이었다. 여러 TV를 오갈 수 있었고 가끔 갑자기 튀어나와 야근하는 직장인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범행을 저지르려는 이능력자 범죄자가 빌딩에 침입했다. 그가 무고한 직원을 해치려던 순간, 사람들은 갑자기 이상 공간으로 휘말렸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곳은 수많은 TV가 쌓여 만들어진 미로였다. 사람들은 안전한 방에 격리되었고, 범죄자의 앞에는 수많은 화면에서 솟아난 도깨비불과 그것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유령이 나타났다. 이상 공간 속의 전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힘을 거의 소진한 유령은 제거되기 직전 남은 힘으로 범죄자를 이상 공간 밖으로 튕겨내고, 마지막으로 멀쩡한 TV 한 대를 찾아 휴면에 빠졌다… 링코가 다시 깨울 때까지.
결국 E.T.D 6팀은 텅 빈 빌딩에서 부상을 입은 이능력자 범죄자를 체포했다. 얼마 뒤, 링코와 직장인들이 빌딩 안에 나타났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링코와 사다는 이상 관리국의 조사를 받았다. 링코는 음울한 표정의 청년과 마주쳤는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 청년에게 무척 깍듯이 대하는 것 같았다.
「셀라이노관에서 그 유령에 관심이 있다는 모양이군.」
링코는 셀라이노관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사다에게 좋은 곳이 아닐 터임을 느꼈다. 눈앞의 이 사람이 발산하는 이 고여버린 물 같은 전파에도, 어쩌면 쉽게 흔들리는 틈이 있음을 그녀는 은연중에 느꼈다.
「사다는 나쁜 유령이 아니에요. 사다를 당신들에게 넘기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링코는 결연한 태도로 사다가 들어있는 TV를 품에 꼭 껴안았다.
「… 사다는 제 친구니까요. 사다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
청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얼마 뒤 링코는 서류 한 부를 받았다. E.T.D의 대장 중 한 명이 사다를 곁에 둘 수 있도록 힘써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E.T.D의 관리와 지시에 따르는 조건으로, 링코는 사다의 보증인이 되는 것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사다! 사다! 이제 내가 너의 정식 보증인이야!」
「보증인? 그게 뭔데?」
「주인도 부하도 아니고… 음… 에이, 됐어. 어쨌든 네가 계속 내 곁에 있어도 된다는 거야!」
「… 키키키~ 그러면 이 악령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너를 돌봐 주마, 전파 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