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E
S★★★★★Cosmos#1073

치즈

「이슬의 세계」

딜러메인 딜러형

살짝 소심해 보이지만, 핑크퍼스 은행의 믿음직한 매니저다.

치즈
거주지
드보르자크 가문
생일
2월 28일
해제 (모험가 레벨)
4
최대 각성
6
기본 무기
None

도시에

상세 정보

치즈는 예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화려한 은행 로비에 서 있다. 치즈는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을 걷고 있다. 들뜬 보도블록 아래에는 구정물이 고여 있다… 「치즈, 치즈, 어디 가니?」 치즈는 제대로 달릴 수 있게 되자마자 집을 떠나 밖에서 언니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법을 배워야 했다. 포장지에 깔끔하게 들어있는 빵을 본 적은 단 한 번뿐, 보통 치즈가 찾아내는 건 산나물과 버섯이 고작이었다. 그조차도 못 구하면 치즈와 형제들은 「아포차」 사냥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향에서 먹을 수 있는 이상은 전부 아포차라고 부른다). 그건 정말 마지못해서 하는 선택이었는데, 「아포차」는 대부분 아주 위험해서 다치는 일이 잦았고, 약은 음식보다 훨씬 귀했기 때문이다. 「아포차를 많이 먹으면 이능력자가 된다」라는 소문도 한몫했다. 이능력자는 이상과 마찬가지로 추방당해야 할 이질적 존재였다. 이상이 그러하듯 이능력자도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저녁을 먹고 난 치즈는 엄마가 갓 태어난 동생을 안고 살살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을 봤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 품이 세상의 전부일 만큼 어렸던 그 시절, 엄마는 동생에게 하듯이 치즈를 안고 살살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줬었다. 「치즈, 치즈, 빨리 커야 한다.」 빨리, 더 빨리. 치즈는 피가 멈추지 않는 목의 상처를 감싸쥐고, 끈질기게 뒤쫓아오는 「아포차」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집과 반대 방향으로 죽자사자 내달렸다. 멀리, 더 멀리… 그러다가 도저히 더는 못 뛰겠다 싶어졌을 즈음, 돌부리에 걸려 호되게 넘어졌다. 쫓아오던 「아포차」는 어느새 모습을 감춘 뒤였다. 일어설 힘도 남지 않은 치즈는 그대로 누운 채 자기가 구한 먹을 것을 조금씩 베어 먹었다. 남겨서 집에 가져가야 했기에 아주 조금만 먹었다. 식구들이 치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드시 집에 가야만 했다… 어떻게 길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났지만, 아무튼 치즈는 먹을 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고, 이능력자가 됐다. 어쩌면 소문대로 늘 정상적인 음식을 못 구하고 「아포차」만 먹어서 이능력자가 된 건지도 모른다.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치즈는 새로 얻은 이능력을 써서 동생들에게 작은 불꽃놀이를 보여줬다. 동생들은 눈을 빛내며 감탄했고,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치즈와 놀겠다고 서로 다퉜다. 다음 날, 엄마가 치즈를 해변까지 배웅했다. 배 한 척이 치즈를 태우고 집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향했다. 엄마의 모습과 살던 땅이 완전히 안 보이게 됐을 때까지도, 치즈는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치즈, 치즈, 넌…」 이제 치즈는 헤테로 시티 중심가에 살고 있다. 뉴 헤랜드 구역은 해가 진 뒤에도 불이 환하게 밝다. 치즈는 집의 조명을 모두 끄고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자동차 행렬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고향의 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었다. 거기서 빛나는 건 가로등도, 하늘의 달도 아니었다. 빛은 오직 위험만을 의미했다. 그것은 이상이 먹잇감을 꾀기 위해 내는 빛이거나 아니면 위험한 외지 출신 이능력자와 그들의 무기가 발하는 것이었다. 치즈가 앉아 있는 방 안은 어두침침하고, 창밖은 반짝이는 세계다. 자기 어깨를 감싼 치즈는 기억 속 엄마가 그랬듯이,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멜로디를 작게 흥얼거려 본다… 「치즈, 치즈, 넌 행복해야 해.」

오래된 상처와 붕대

「바깥세상은 위험하다.」 치즈는 어렸을 때부터 그 사실을 알았지만, 집 식탁 위에 먹을 게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었다. 가끔 언니 오빠가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치즈도 그들의 나이가 되어 집 밖에 나가야만 할 때가 왔다. 키가 자라는 속도보다 상처가 느는 속도가 빨랐다. 첫 상처는 왼팔, 이상을 피하다가 나뭇가지에 긁힌 것이었다. 두 번째 상처는 오른발, 당황해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남이 설치해 놓은 함정을 밟았다. 세 번째 상처는 왼쪽 허벅지, 치즈 식구의 저녁밥이 된 「아포차」에게 물린 것이었다… 어떤 상처는 아물면서 사라졌지만, 어떤 것들은 흉터로 남았다. 고향이 치즈에게 남긴 마지막 상처는 목에 있었다. 아문 뒤에도 깊은 흉터가 남았다. 결국 치즈도 집을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언니 오빠가 그랬듯이. 치즈는 목적지도 모르는 배에 올랐다. 그런 배들은 정해진 항로도 없이 줄곧 바다를 표류했다. 치즈가 사는 곳에서는 이삼일 만에 배를 만날 수도 있었고, 반년 동안 배 구경도 못 할 수도 있었다. 치즈는 운이 나빠서 이능력자가 됐지만, 다음 날 바로 출항하는 배가 있다는 점에서는 운이 좋았다. 딸에 대한 엄마의 모든 사랑이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바뀌어 친절한 선장의 손에 쥐어졌다. 떠나렴, 떠나렴, 여기 있으면 다칠 뿐이란다. 치즈는 고향 사람들과 같이 배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치즈와 같은 이능력자도 있었고, 도저히 더는 못 참고 도시를 떠나기로 한 보통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배에서 생활하면서도 서로 간에 교류는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두 달… 그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났다. 누군가가 배에 타고 누군가는 배에서 내렸다. 친절한 선장은 치즈를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에 내려줬다. 뭍을 다시 밟았을 때, 흔들리지 않는 육지에 적응하기 위해 치즈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치즈가 살게 된 새로운 집에는 예쁜 옷과 따뜻한 침대가 있고, 식탁 위에 맛있는 음식이 생겨났다.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 자기가 머무는 곳은 드보르자크 가문의 복지 시설이었다. 치즈는 드보르자크가 좋았고, 복지 시설이 좋았다. 그곳에서 새 친구를 얻었다. 그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었다. 「너 왜 손 안 씻어?」 어느 날 저녁 식사 후에 한 친구가 치즈에게 물었다. 「깨끗해야지. 아주머니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돼.」 당황한 치즈는 소스 묻은 손을 얼른 등 뒤로 숨겼다. 그제야 알았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지만, 친구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치즈는 오랫동안 떠돌다가 복지 시설에 거둬진 꼬마 생쥐였다. 그림책에서는 항상 「쥐가 제일 더러워!」라고 했다. 물론 그 친구는 좋은 친구였기에 치즈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소스 묻은 손을 씻도록 도와줬다. 치즈는 친구가 고마웠다. 「손을 씻어야 해. 아주머니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돼. 손 안 씻으면 미움받아.」 똑똑한 치즈는 그 일을 잊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매일 손을 깨끗하게 씻었다. 비누칠을 3번이나 했다.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됐다. 손가락 사이사이와 손톱 밑까지 깨끗이 씻었다. 자기 전에 씻고, 자고 일어나서도 씻고, 밥 먹기 전에 씻고, 먹고 나서도 씻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전에 씻고, 다 놀고 나서도 씻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즈는 오래된 상처에 붕대를 감았던 것처럼 두 손에 붕대를 감게 됐다.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투로 앞으로는 손을 자주 씻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친구들도 걱정하면서 치즈의 손을 조심스럽게 호호 불어주고 많이 아픈지 물었다. 치즈는 모두에게 웃어주며 아프지 않다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손의 상처는 전부 아물었지만, 치즈는 습관처럼 계속 붕대를 감았다.

폰즈와 회신

전자 결제가 보편화된 시대지만, 치즈는 여전히 매달 월급을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인출한다. 그런 다음 얇은 뭉치와 두꺼운 뭉치로 나눈다. 얇은 뭉치의 액수를 꼼꼼하게 한 번, 두 번, 세 번 세어보고 지폐 몇 장을 빼서 두꺼운 뭉치에 보탠 후 탄탄한 봉투에 넣는다. 「여기까지는… 직배송이 안 돼요.」 우체국 직원이 받는 사람 주소를 난처하게 쳐다봤다. 「괘, 괜찮아요.」 「여러 군데를 경유하다 보면 물건이 분실될 가능성이 높은데도요?」 「… 네, 알아요.」 치즈가 봉투를 건네자 우체국 직원이 소인을 찍고 접수증을 줬다. 접수증을 받아 집으로 가는 길, 치즈의 머릿속에서 지도 한 장이 천천히 펼쳐졌다. 치즈는 그간 많은 지도를 살펴봤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지도 위에 아주 작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헤테로 시티에서 출발한다고 치면 아주 오랫동안 배를 타고 다른 도시에 도착한 뒤, 거기서 기차로 갈아타고 또 오랫동안 달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고…. 만약 중간에 비행기를 택한다면 아주 긴 시간 버스를 타야만 하고… 노선이 정해지고 나면 이동에 드는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아포차」를 사냥할 필요 없이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데에 필요한 은행 잔고도 생각해 봐야 했다… 매달 모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고, 얼마나 오래 모아야 할지 계산해 보고… 계산이 대충 끝났을 즈음 집에 도착했다. 치즈는 집 입구 우편함 앞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가족에게 새 주소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다음에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오늘은 과연 편지가 왔을까… 「똑똑」 치즈는 우편함을 살짝 두드려 봤다. 「똑똑」 두 번 더 소리가 울렸다. 그녀와 형제자매들이 쓰던 암호였다. 「내가 널 찾았어.」라는 뜻의. 말을 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그들은 가볍게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로 서로에게 답하곤 했다. 우편함을 열어봤지만, 안에는 먼지뿐이었다. 항상 그랬다. 우편함을 닫은 치즈는 새로운 접수증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침실 서랍 속에는 똑같이 생긴 우편 접수증이 가득했다. 항상 그랬다. 언제쯤 고향에서 온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어쩌면 내일, 아니면 다음 달, 아니면 아예 안 올 수도 있었다.

일기장과 증거

치즈에게는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첫 일기장을 얻은 이후로 중단해 본 적 없는 습관이었다. 그녀는 기록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기록해 뒀다가 가족과 재회하는 날 전부 알려주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뒀던 한마디, 「응, 난 밖에서 잘 지냈어.」라는 말과 함께. 일기장 안에만 글자만이 아니라 주먹밥 라벨, 그녀의 어깨에 떨어졌던 꽃잎, 직장 동료가 준 스티커 등등도 있었다. 전부 다 그녀가 잘 지냈다는 증거품이었다. 치즈는 이렇게 기록을 남겨야만 「생활」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방 깨어나 잊어버릴 단꿈이 아니라. 초반 일기는 아주 짧았다. 「XX월 XX일 밥이 맛있다.」 「XX월 XX일 옷이 예쁘다.」 「XX월 XX일 꽃이 향기롭다.」 치즈는 뭘 써야 좋을지 몰랐다. 그냥 자기 느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알게 된 친구가 「뭘 써야 좋을지 모르겠으면 그림을 그려보지?」라고 조언했지만, 치즈는 자기 그림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했기에 고민이 컸다. 그러다가 하루는 아주 맛있는 사탕을 먹고, 구겨진 사탕 포장지마저 버리기 아쉬워서 일기장 안에 보관했다. 사탕도 맛있었고 덕분에 고민도 해결됐다. 그래서 그 방법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것이다. 「아앗,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치즈는 급하게 일기장을 덮었다. 요즘에는 일기가 점점 더 길어졌다. 기록할 것들이 자꾸 늘었다. 맛있는 밀크티도 기록해야 하고, 상사한테 칭찬을 받은 것도 기록해야 했다. 봄 들어 처음으로 맑았던 날씨, 여름 들어 처음으로 맑았던 날씨, 가을 들어 처음으로 맑았던 날씨, 그리고 겨울의 첫눈도 기록해야 했다. 치즈는 비를 싫어했다. 맑은 날이 좋았다. 비 오는 날은 음식을 찾기가 힘들고 병이 나기도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테로의 눈 오는 날은 좋았다. 새하얀 눈은 깨끗했다.

고양이와 쥐

기초 직무 교육을 마친 후, 치즈가 핑크퍼스 은행에서 처음으로 맡은 일은 「카드 발급 권유」였다. 「간단해요.」 사수인 마유가 치즈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은행 혜택이 헤테로 시티를 통틀어 제일 좋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죄송한데 필요 없어요.」 「고맙지만 됐어요.」 「네, 네, 그렇군요. 네, 그래요, 알았어요. 네, 네.」 치즈가 얻은 건 완곡한 거절과 무시뿐이었다. 은행 로비 에어컨의 냉기는 치즈의 마음까지 시리게 했다. 그녀는 구석에 처박혀 사표를 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기는 은행에 어울리지 않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제대로 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 예로 사직서마저 제대로 못 썼다. 치즈는 콜린과 처음 만난 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길고 아름다운 금발과 눈부신 붉은색 치맛자락,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폰즈를 보는 기분이었다. 사수 마유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딱 보면 카드 만들 사람인 걸 알 수 있죠.」 치즈는 진심으로 은행에 남고 싶었다. 한 번 더 노력해 보고 싶었기에 용기를 내서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핑크, 핑크퍼스 은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드 만드시겠어요?」 붉은 옷을 입은 금발의 소녀가 흠칫 놀란 기색으로 치즈를 한참 훑어봤다. 이어서 소녀가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까지 좋았다… 소녀는 그 목소리로 치즈가 말하는 방식부터 시작해 복장이며 서 있는 각도까지 골고루 흠을 잡았다. 사방에서 날아와 꽂히는 시선을 느끼는 사이 치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역시 자신은 은행에 어울리지 않았다… 「카드 만들게.」 마유 언니가 사직서 쓰는 법을 알려줄까… 「이봐, 카드 만드는 법도 몰라?」 「죄, 죄송합니다!」 치즈는 반사적으로 사과부터 하고 열심히 대답을 내놨다. 상황 파악이 덜 된 상태로 기계 앞으로 갔다. 안 그래도 조작에 능숙하지 못해서 엄청나게 더듬거렸지만, 다행히 카드 발급에는 성공했다. 「아, 안녕히 가세요.」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결과는 좋았다. 귀족 아가씨를 배웅한 뒤, 옆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마침내 나설 수 있게 된 마유가 방금 카드 영업 한 건을 해냈다고 신이 난 치즈를 보며 무척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치즈, 그 아가씨 누군지 알아요?」 「아까… 그 아가씨요?」 「드보르자크 가문 본가의 아가씨예요.」 치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지워졌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핑크퍼스 은행은 드보르자크 가문 소유였다. 어, 맞을 것이다. 마유의 안타까운 시선 앞에서 치즈가 울먹이며 물었다. 「마, 마유 언니, 사직서 쓸 줄 알아요?」

모임과 친구

치즈는 시끄러운 소리에 쉽게 겁을 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천둥을 무서워했고 이능력자가 된 뒤에는 더 심해졌는데, 그게 이능력을 얻은 대신 치르는 대가였다. 팝콘 기계 소리, 폭죽 터지는 소리, 심지어는 가라오케 소리까지,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방음재를 쓴 집에서만 살짝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치즈는 무슨 별종처럼 모임 같은 데에 절대 나가지 않았다. 「치즈, 이번 주말에 같이 밥 먹을래요?」 마유가 또 약속을 잡으려 했다. 치즈도 응하고 싶었고, 마유에게 고마웠다. 마유는 핑크퍼스 은행에서 처음으로 치즈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이었다. 마유만이 아니라 하루나도, 그레이스도… 동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치즈는 전부터 동료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면서 정식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치즈는… 「전 아무래도…」 「우리 집에서 먹으면 어때요? 내 솜씨 보여줄게요. 와요, 치즈, 와요.」 집에서 먹는다면 그다지 시끄럽진 않을지도… 치즈는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밤새도록 베이글에서 이런저런 글들을 보며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갈 때 갖춰야 할 예의를 배웠다. 만약 앞으로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면, 이번만큼은 잘 해내고 싶었다. 「어서 와요! 뭘 또 가지고 온 거예요?」 「치즈 왔어요? 빨리 들어와요!」 「네…. 다들 안, 안녕하세요…」 따뜻한 집 안, 맛있는 음식 냄새, 한데 모여 떠드는 동료들… 모임이란 이런 거구나. 정말 좋다. 치즈가 몰래 즐거워하고 있을 때, 그레이스가 상자 하나를 건넸다. 「저, 저 주는 거예요?」 「당연하죠. 빨리 열어봐요.」 하루나가 치즈에게 바짝 붙어서 빨리 열어보라고 재촉했다. 치즈가 리본을 풀었다. 상자 안에는 소음을 막아주는 귀마개가 들어있었다. 예쁜 분홍색이었다. 「예쁘죠. 우리가 신경 써서 고른 거예요.」 「생긴 것만 예뻐요. 소음 차단 효과는 평범하거든요.」 「그래도 우리 치즈한테 잘 어울리잖아요?」 사실이었다. 소음 차단 효과는 평범했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는 들을 수 있되, 치즈가 깜짝 놀라 귀를 막고 도망치지는 않을 정도. 딱 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