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
아들러, 본명은 알로이스 V. 아들러. 하지만 지금까지 이토록 존경스러운 집사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부른 사람은 없다. 에이본 골동품 가게에서 집사의 책임은 실로 막중했다. 7인 7색, 각기 다른 취향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편식하는 아이에게 채소 먹이기, 가게의 술과 숙취해소제 재고 실시간 확인 및 보충, 의뢰 과정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손실 대응 방안 마련, 그리고 가게 장부 보면서 마음 다잡기…
결론적으로, 이런 집사가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금메달 검술가, 사격 10단 자격증 소유자, 고급 다도 지도자, 그리고 브릿지 구역 종이비행기 대회 챔피언까지… 헤테로 시티의 진정한 자격증 달인이다. 「만능」이란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나나리는 「만능 아들러 씨도 못 하는 게 있을까?」라는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는 콜린스 가문의 「평생 명예 회원」 칭호를 주겠다고 했으나, 정작 우승자는 「아들러 씨는 장난을 쳐본 적이 없다!」라고 답한 나나리가 우승을 거뒀다. 콜린스 가문의 초대 가주에게는 필요 없는 칭호였지만, 그렇게 됐다. 아들러 씨는 정말 장난을 쳐본 적이 없을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아저씨, 미안해. 다음부터는 화분 위치 꼭 기억할게. 68번째 화분은 절대 안 깰게!!!」
「67번째 화분을 깼을 때도 그렇게 말했었죠.」
「타기도. (에이본 화분 파괴 대마왕!)」
「괜찮습니다. 깨뜨린 건 화분뿐입니다. 식물 뿌리는 다치지 않아서 새 걸로 갈아주면 됩니다.」
「새 화분은 내 용돈으로 살게!」
갓 어둠에 빠져들었던 시기, 아들러도 화분을 깨뜨린 적 있었다. 그것도 무려 1년 4개월 13일 치 「용돈」에 육박하는 값비싼 화분이었다. 그 후로 아들러가 실수로 물건을 깨뜨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래된 이야기
「오늘도 아들러 씨가 창고 청소하러 오셨네요?」
「네.」
청소 도구를 든 청년이 옆으로 길을 내주자, 단정히 차려입은 메이드는 낮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계단을 조심하라는 다정한 당부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정원에는 이렇게 거둬진 사람들이 많이 머물고 있었기에 작은 친절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눈이 보이지 않는 청년은 메이드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조용히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섬세한 손끝으로 물건을 더듬어 확인하며 부드러운 천으로 먼지를 닦았다. 창고 청소는 지루해서 다들 기피하는 일이었지만, 아들러는 개의치 않았다. 누구와도 대화할 필요 없이, 고요한 공간에서 쓸고 닦기만 하면 되는 청소는 아들러에게 아주 편안한 시간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깨지기 쉬운 물건이 많지 않아 조심하기만 하면 됐다. 아들러는 이 일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다.
소장품들은 이 분주한 청년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청년은 모든 물건을 정성스레 닦았으나, 유독 높은 곳에 걸려 있는 갑옷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들러는 과거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불리는 이 갑옷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인한 힘을 가진 갑옷과 무적의 용사들에 관한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린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불타올랐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갑옷의 비늘 하나하나를 더 정성껏 닦아냈다.
평범한 나날은 눈이 오던 그날 밤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갑옷이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사슴 형상의 공여들이 완전한 깨달음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당에 내린 눈송이를 밟으며 잠든 청년 곁을 에워쌌다.
「새로운… 주인?」
「마음에 들어!」
「익숙한 냄새.」
「…그래.」
「이 늙은이 생각에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청년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청년의 꿈이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 좋은 소식은 다음날 눈이 그치고 맑게 갠 아침이 오거든 전해보자.
공여·「색」
가장 자주 나타나는 공여 「색」은 에이본에서 「쪼꼬미」라고 불리며, 타기도, 에드가, 사키리에 이어 콜린스 가문의 다섯 번째 예비 멤버이다.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쪼꼬미는 본인의 이름을 무척 좋아한다. 식사 준비나 청소를 할 때 쪼꼬미는 아들러의 훌륭한 조수가 된다. 보상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당근 케이크를 한 조각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공여·「수」
에이본과 가장 사이가 좋은 공여를 꼽으라면 역시 「수」일 것이다. 만화의 새드 엔딩에 함께 울어주고, 2인용 게임에선 든든한 파트너, 그리고 한밤의 야식 메이트까지! 다른 공여에 비하면 「수」의 감정은 유난히 풍부해 보이지만, 사실 공여에게는 명확한 감정이랄 게 없다. 「수」는 타인의 감정을 잘 느끼고 잘 따라 할 뿐이다. 이런 「수」에게도 한동안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타인의 기쁨에 기뻐하고 타인의 고통에 아파한다면, 자신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거지? 「수」는 완전한 깨달음의 주인에게 물었다. 비록 아들러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날 먹은 당근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온전히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여·「상」
에이본의 일상은 대체로 평온하다. 아들러 씨는 공여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뢰가 없는 날에는 각자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한다. 「상」은 그림을 좋아해 에이본에 골동품 그림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진품 여부를 가려내고 관리와 수납을 담당한다. 어느 날, 아들러가 「상」에게 그림 도구를 선물했고, 그날 이후 베이글에는 「상」이라는 이름의 화가가 등장했다. 소문에 따르면, 「상」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소리와 냄새, 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상」의 그림을 소장하거나 전시한 갤러리는 한 곳도 없다.
「상」은 첫 번째 그림을 아들러에게 선물했다. 종이 위에 눈이 내린 듯 몇 개의 발굽 자국이 찍힌 그림이었다.
공여·「행」
「행」은 「완전한 깨달음」에서 나타난 두 번째 공여로, 전쟁의 업이 낳은 존재이다. 그동안 완전한 깨달음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원한 탓에 업보의 불길이 비늘 갑옷을 태워버려, 공여들은 점차 깊은 잠에 빠졌지만, 「행」의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바로 이것이 「행」의 탄생 의미이다. 혼란스러운 시대가 지나고, 갑옷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어두운 창고에서 잊혀 갔다. 가끔 완전한 깨달음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비는 하인이나 손님이 있었지만, 뜨거운 원한을 겪은 후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면 소원은 대부분 시시해졌다. 완전한 깨달음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행」은 자신도 다른 「형제들」처럼 잠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곤 했다.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눈 오는 날을 좋아했던 「행」은 올해의 마지막 눈을 보고 잠들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소원 하나가 들려왔다. 한 도시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소원보다도 더 탐욕스러운 소원이었다. 「지키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아요.」
결국 완전한 깨달음은 그 눈먼 아이의 소원에 응답했고, 「행」도 새로운 주인을 섬기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 「행」은 애들을 돌보고 남다른 속도로 할인 상품을 쟁취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여·「식」
「식」은 외부인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부분 「완전한 깨달음」 안에 느긋하게 자고 있다. 아들러 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공여이기도 하며, 항상 「이 늙은이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을 달고 산다. 세월의 등쌀에 지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식」 자신만 알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에 관한 얘기를 할 때만큼은 「식」도 기꺼이 한두 마디 거든다.
「알로이스… 그 아이는 나를 만나기 위해 매일 복도에서 자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더군. 다들 알다시피 마음 약한 내가 고생하는 그 애가 안쓰러워서 어쩔 수 없이 응답해 준 거야. 그런데 누가 알았겠나, 그 아이가…」
그 뒤로 「식」은 자신이 겪어온 고생만 줄줄이 늘어놓을 뿐, 아들러에 관한 언급은 이걸로 끝이었다.